김홍도 붓으로 되살아난 서원의 문인들
핵심 요약
김홍도의 ‘서원아집도’는 11세기 중국 문인들의 이상적 모임을 여섯 폭에 구현했다. 스물여섯 인물과 사슴·학·동자의 치밀한 배치가 감상자의 시선을 장면마다 이어준다. 강세황은 생동하는 인물 표현과 정교한 화면 구성에 특별한 찬사를 남겼다.
단원 김홍도가 서른네 살에 완성한 ‘서원아집도’는 11세기 중국 개봉의 서원에서 당대 문인과 서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장면을 여섯 폭에 펼쳐낸 작품이다. 높은 홍살문과 담장 밖에서 시작된 화면은 종이 두루마리를 든 사람들, 괴석과 넝쿨 벽 너머의 사슴을 차례로 보여주며 감상자의 시선을 정원 깊숙한 곳으로 이끈다. 서두 두 폭을 진입로처럼 활용한 구성이 실제 현장에 들어서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화면에는 모두 스물여섯 명이 등장한다. 세 번째 폭의 미불은 바위에 글씨를 쓰고, 동자는 붓을 적시기 쉽도록 벼루를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린다. 네 번째 폭에서는 이공린이 팔을 걷고 종이에 붓을 대려 하며, 주변 인물들은 부채와 팔걸이를 쥔 채 그림을 지켜본다. 다섯 번째 폭에서는 주최자인 왕선이 석안에 앉아 있고 소식이 막 붓을 댄다. 종이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두 팔을 벌린 동자의 모습은 엄숙한 분위기에 생동감을 더한다.
서원아집은 왕선이 자신의 정원인 서원에 소식과 소철, 이공린, 미불, 황정견, 조보지 등 문인묵객 열다섯 명과 도사·승려를 초청해 열었다고 전해지는 모임이다. 이공린이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기고 미불이 모임의 모습을 상세히 기록한 글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참석자 구성과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모임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후대에 이상적인 문인 교유의 장면으로 재구성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병풍 상단에 화평을 남긴 강세황은 수십 점의 ‘서원아집도’를 보았다고 밝히면서도 김홍도의 필세와 인물 표현, 화면 배치를 특별히 높이 평가했다. 작품 속 사슴과 두 마리 학, 등을 보인 동자, 지팡이를 든 동자는 서로 다른 장면 사이로 시선을 이어주는 장치다. 세부 묘사뿐 아니라 인물과 사물의 위치, 장면의 연결까지 치밀하게 설계한 포치는 950년 전의 이상적 모임을 하나의 서사로 묶는다. 김홍도는 시간과 공간을 응축해 문학과 예술을 향한 당대의 추앙을 동아시아의 기념비적 집회로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