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신작, 두 시선으로 파고든 타인의 마음
핵심 요약
김초엽의 세 번째 장편 ‘태양 아래 올리브’는 서로 다른 이레와 솔민의 관계 복원을 다룬다. 두 인물의 교차 시점은 타인의 마음을 믿지만 확신할 수 없다는 질문을 형식으로 구현한다. 작품은 자기 확신의 균열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될 가능성을 탐색한다.
멸망한 세계와 비인간 존재를 상상해온 김초엽 작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태양 아래 올리브’에서 구체적인 한 사람의 내면으로 시선을 좁혔다. 작품은 가치관이 다른 수녀 이레와 과학 에디터 솔민이 충돌과 동요를 거쳐 관계를 복원하는 여정을 그린다. 오랫동안 등을 돌렸던 두 사람은 뜻밖의 사건으로 재회한 뒤 한 존재의 행방을 찾아 함께 길을 나선다.
이레는 믿음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다가가지만 솔민은 의심하고 검증하면서 세계를 이해한다. 김 작가는 경기 고양시 덕은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 인물의 관계를 처음부터 작품의 중심에 뒀다고 밝혔다. 애초 이레의 시점만으로 집필했으나 이야기에 활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솔민의 시선을 더했고, 같은 사건이 관찰자에 따라 다른 결을 드러내도록 두 사람의 관점을 교차 배치했다.
시점 전환은 집필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김 작가는 날마다 서로 다른 배역에 몰입하는 연기처럼 솔민과 이레를 번갈아 따라가며, 사실을 먼저 아는 인물과 감정을 드러낼 인물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독자는 서로의 속을 알 수 없는 두 인물과 달리 양쪽 마음을 모두 경험한다. 타인에게 마음이 있다고 믿으면서도 확신할 수는 없다는 작품의 질문을 서사 형식 자체에 담은 셈이다.
두 사람은 여정이 끝날 때까지 동일한 세계관에 이르지 않는다. 대신 솔민은 과학이 인간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다시 묻고, 이레는 자신의 믿음을 새로운 각도에서 돌아본다. 시간도 뇌와 몸에 변화를 축적해 기억과 성격,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만든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전개된다. 김 작가는 자기 확신에 생긴 작은 균열이 타인을 받아들일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독자에게 정해진 답을 건네기보다 두 인물의 친구가 된 듯 여정을 함께하고, 여러 물음 가운데 하나를 각자의 질문으로 남기는 소설을 지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