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으로 파고든 폭력과 존재의 두 얼굴
핵심 요약
최수철과 박형서가 폭력과 존재를 다룬 600쪽 안팎의 장편소설을 나란히 출간했다. ‘아우라’는 뺨을 때리며 내면의 빛을 좇는 몽유라의 환몽을 그린다. ‘죽도록 맞으며 살아왔다’는 한국 현대사의 폭력을 견디며 생존한 박복대의 수난을 담았다.
소설가 최수철(68)과 박형서(54)가 문학과지성사에서 600쪽 안팎의 장편소설을 나란히 펴냈다. 최수철의 ‘아우라’는 타인의 뺨을 때리며 잃어버린 존재의 빛을 찾는 인물을, 박형서의 ‘죽도록 맞으며 살아왔다’는 거듭 폭력을 당하면서도 생을 이어가는 인물을 앞세운다. 짧은 소설이 유행하는 흐름과 달리 오랜 시간 구축한 세계를 긴 호흡으로 펼쳐 보인 작품들이다.
5년 만의 신작인 ‘아우라’는 2000년 단편으로 출발해 연작 ‘아우라 1·2·3’ 발표와 중단을 거친 뒤 26년 만에 장편으로 완성됐다. 주인공 몽유라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꿈에 들어가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각성의 힘인 아우라를 좇는다. 자신이 아우라를 되살릴 몽유족의 후예임을 깨달은 그는 꿈과 현실 사이를 헤매며 소설 ‘몽유족 연대기’ 속 인물들의 분투에 빠져든다.
작품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몽유라가 삶의 속박을 벗어나 무한한 정신적 자유에 다가가는 과정을 환상적으로 그린다. 휘몰아치는 환몽 속에서 그는 아우라에 가까워지고, 지구상의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순결한 빛을 감지한다. 뒤틀린 내면은 타인의 뺨을 때리는 기행으로 드러난다. 뺨 때리기는 자신과 타인에게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으라고 요구하는 각성이자, 내면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기까지 이어지는 굴곡진 여정의 장치다.
박형서가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은 반대편에서 폭력을 통과한다. 1930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난 박복대는 6·25전쟁을 겪은 뒤 광주에 정착해 5·18 민주화운동을 목격하고, 삼청교육대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부산으로 달아난 뒤에도 형제복지원에 감금되며, 노인이 된 현재까지 복지관에서 맞으면서 자신의 수난사를 들려준다. 기이한 회복력으로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현장을 살아낸 그의 생은 천연덕스러운 문체와 시니컬한 유머를 만나 폭력의 시대를 견딘 인간을 향한 찬가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