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장기투자, 차세대 혁신의 길 연다
핵심 요약
유행을 뒤쫓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초과학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과학정책이 요구된다. 제6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5년 기본연구사업과 9년 톱티어 지원 등 안정성 강화 방안을 담았다. 정부와 민간의 공동 지원, 전문적 재원 운용, 영구기금 조성이 차세대 혁신 기반을 넓힐 대안으로 제시된다.
인공지능이나 반도체처럼 주목받는 기술이 등장한 뒤 전문가와 연구 기반을 서둘러 확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음 산업이 성장할 영역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과학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발견과 인재 성장을 뒷받침하려면 기초과학 연구자가 단기 성과와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한 분야를 장기간 탐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원체계가 핵심이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평범하게 여겨지던 흑린을 10년 동안 연구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 제프리 힌튼 교수도 다수 연구자가 인공지능을 떠났던 1990년대에 기초연구를 이어갔고, 그 축적은 2012년 알렉스넷 개발을 기점으로 새로운 AI 시대를 여는 토대가 됐다. 반면 국내 연구 현장에는 투입 대비 산출을 중시하는 평가와 3~6년짜리 중단기 과제 중심의 지원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제6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는 기초연구 기반 강화와 과학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이 포함됐다. 기초·첨단과학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투자시스템, 첨단·대형과학 연구의 블록펀딩, 과학을 위한 AI와 톱티어 연구자 지원 강화가 제시됐다. 소규모 장기 기본연구사업은 5년 과제로 복원됐고, 리더급 연구자를 위한 톱티어 유형은 9년간 지원한다. AI·반도체·방위·우주산업과 민생체감형 분야, 기술유출 관리에서는 민관협력도 강조됐다.
기초연구의 사업화 주기가 짧아지는 동시에 우수한 성과에 필요한 시설·장비 비용은 빠르게 늘고 있어 정부 예산의 정치적 주기에만 의존하는 지원에는 한계가 제기된다. 우수 인재의 양성·확보·유지, 전문적인 재원 운용, 행정부담을 없앤 지원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기초연구를 공동 지원하고 산학협력으로 사업화를 잇는 구조와 함께, 스웨덴 발렌베리 재단이나 미국 슬론 재단과 같은 영구기금 조성도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