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피해 키우는 경찰 수사 장기화
핵심 요약
배터리 검사 장비 업체의 기술 재유출 고소 사건이 압수수색 뒤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첫 고소는 4개월 안에 기소됐지만 경찰이 맡은 두 번째 사건은 뚜렷한 진전이 없다. 전문인력 이탈과 사건 누적이 경제·기술 범죄 수사의 장기화를 키우고 있다.
경기 화성시의 배터리 검사 장비 업체 A사는 퇴직 연구원의 기술 유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장을 낸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뚜렷한 수사 진전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고소장을 접수한 뒤 한 달 만에 피고소인 회사를 압수수색했으나, 이후 사건이 많아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만 내놓고 있다.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해당 회사는 A사의 기술을 활용해 6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A사는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20년 퇴사한 한모씨가 핵심 기술 회로도와 부품 목록을 빼돌려 새로 세운 회사의 영업에 활용했다며 같은 해 7월 수원지검에 처음 고소했다. 당시에는 고소장 접수부터 압수수색과 기소까지 4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수원지법은 2021년 8월 한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한씨는 3개월 뒤 다른 회사와 기술개발 협력 관계를 맺고 같은 기술을 다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확보한 경찰이 두 번째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기술 탈취 사건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며, 혐의를 규명하려면 회로도와 부품 정보, 영업비밀 활용 과정 등을 가려낼 전문지식과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인수 제안을 앞세워 벤처기업과 교섭한 뒤 영업비밀을 확보하고 인수를 무산시키는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피해 벤처기업은 일감이 끊겨 사실상 도산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기업 범죄의 복잡성과 누적된 사건 부담 때문에 고소인이 기대하는 속도로 수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기술 범죄를 주로 맡는 통합수사팀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피 부서로 꼽히고 있다. 베테랑 수사관이 수사 부서를 떠난 자리를 경험이 적은 저연차 경찰관이 채우면서 역량 저하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5년 통합수사팀 사건 가운데 처리 기간이 3개월을 넘긴 비율은 25.9%로, 전체 사건 평균인 19.3%보다 6.6%포인트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