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엔화 매도 청산에도 엔저 되살아난 배경
핵심 요약
투기세력의 엔화 순매도가 일주일 만에 72% 줄었지만 환율은 다시 달러당 157~158엔대로 상승했다. 수입기업의 달러 실수요와 더딘 금리 인상, 재정 확대에 대한 불신이 엔화 약세를 지탱했다. 시장은 9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금리 결정과 향후 인상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으로 투기세력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일주일 사이 72% 급감했지만 엔화 약세는 며칠 만에 재개됐다. 달러당 164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달 30일부터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대규모 개입에 나서고, 미국도 엔화 매수에 가세하자 한때 155엔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뉴욕시장에서 다시 158엔대로 상승했고 7일에는 157엔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기준 시카고 통화선물시장의 비상업 부문 엔화 포지션은 4만5473계약 순매도로 집계됐다. 공동 개입 직전인 지난달 28일의 16만3412계약과 비교하면 11만7939계약 줄어든 규모로, 1992년 10월 이후 가장 큰 주간 감소 폭이다. 헤지펀드 등 레버리지드펀드와 자산운용사가 포함된 이 부문의 순포지션은 투기적 거래의 방향을 보여준다. 기록적인 청산에도 엔화 강세가 이어지지 않은 배경에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대금을 결제하려는 일본 기업의 지속적인 달러 매수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개입 전 엔화 순매도는 엔캐리트레이드가 확산했던 2007년과 2024년에 맞먹는 수준까지 늘었다. 대규모 매도 포지션이 동시에 정리되면 엔화 매수가 집중돼 가치가 빠르게 오를 수 있어 이를 ‘엔고 마그마’로 부른다. 실제 두 시기에는 청산과 함께 엔화 가치가 급등했지만 이번에는 기업의 실수요와 정책 불신이 매수 효과를 상쇄했다. 물가 상승보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늦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문 데다 재정 확대가 이어지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재정 규율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히가시후카사와 다케시 미즈호리서치앤드테크놀로지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적정가치를 공동 개입 전과 비슷한 달러당 162엔으로 추산했다. 2022년 이후 약 50엔에 이른 엔화 가치 하락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일본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998년 6월 공동 개입 때도 146엔대였던 환율은 그해 8월 147엔까지 재상승했다. 시장의 시선은 9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로 옮겨갔다. 금리 인상 여부와 향후 인상 속도가 개입 이후 엔화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