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연임 규제, 입법 동력 약화
핵심 요약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하려던 입법이 당정 내 이견으로 후순위에 밀렸다. 장기 재임과 이사회 독립성 훼손 우려에도 민간 CEO의 임기를 법률로 제한하는 방식을 둘러싼 신중론이 제기됐다. 주주총회 의결 요건 강화의 실효성과 과점적 금융시장 구조 개선 문제까지 맞물리며 대책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추진한 연임 제한 법제화가 당정 논의의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 내부뿐 아니라 여야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의 임기를 법률로 일괄 제한하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법인지에 대한 신중론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쟁점이 큰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법안의 논의가 늦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위원회가 검토한 방안은 3년인 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한 차례만 연장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직 회장이 우호적인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가 다시 연임을 지원하는 구조를 끊기 위해 강제력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연간 10억∼20억원대 보수를 받으며 수백조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각각 9년간 재임했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금융기관 내부의 폐쇄적인 지배권 행사를 지적하면서 본격화됐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대책의 윤곽을 잡고도 발표를 거듭 미뤘다. 이사회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공직자가 아닌 민간 회사 경영자의 재임 횟수를 법률로 정하는 사례는 국제적으로 찾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임기 제한보다 이사회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안으로 회장 재선임 때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특별결의를 받도록 하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금융당국은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현재 회장 선임 안건의 찬성률이 80%대 후반에서 90%대에 이르고, 이자 수익과 배당 확대를 중시하는 외국인 주주 등이 경영진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인허가와 규제 아래 형성된 과점적 시장에서 안정적인 실적이 유지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임기만 제한해서는 보호와 유착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어, 장기 연임 방지와 경영 자율성 사이의 절충안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