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서울 기능 축소 아닌 역할 재정의에서 출발해야
핵심 요약
균형발전은 서울 기능 축소가 아닌 역할 재정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심지와 배후 지역은 분업 구조로 연결되며, 서울은 금융·미디어·전문 서비스·문화·관광 등 국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지방 지원과 서울의 중심 기능 강화는 상충하지 않고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균형발전 논의에서 서울의 기능을 축소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심지와 배후 지역은 위계가 아닌 분업 구조로 연결되며, 서울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중심 기능에 집중할 때 국토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균형발전은 중심지의 몫을 재분배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중심지와 배후 지역이 각자 잘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만드는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 같은 시각은 국가별 중심지 체제 비교에서 출발한다. 한국은 서울 하나를 중심으로 한 일극 체제에 가깝지만, 세종에 행정수도 기능을 둔 것을 고려하면 이미 이극 또는 다극 체제를 지향하는 셈이다. 다만 중심지마다 맡을 역할이 명확해야 하며, 지금까지의 논의는 세종이나 지방 거점도시의 역할만 다뤘을 뿐 서울의 몫을 충분히 정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역할은 뉴욕과의 비교를 통해 금융, 미디어, 전문 서비스, 문화, 관광이라는 다섯 축으로 구체화된다.
서울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금융 산업이 아직 뉴욕이나 홍콩, 싱가포르에 못 미치며, 이를 국제 금융허브 수준으로 키우려면 규제 완화 같은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방송·출판·콘텐츠 제작을 아우르는 미디어 산업, 법률·컨설팅·광고를 포함한 전문 서비스 산업, 공연·전시·브랜드로 대표되는 문화 산업은 서울이 이미 강점을 지닌 분야로 더 키울 수 있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 수요를 감당할 인프라 확충도 뒤따라야 하며, 향후 서울의 일자리는 제조업 공장이 아닌 이들 산업에서 주로 창출될 전망이다.
이러한 서울 중심 기능 강화는 지방 지원과 상충하지 않으며 오히려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지방에는 성장의 발판을, 서울에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중심 기능에 집중할 길을 터 주는 것이 분업에 기반한 균형발전이다. 수도권 내에서도 여의도와 경기 외곽의 역할이 다르듯, 반도체·배터리 공장이 몰리는 화성이나 평택은 산업도시로,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물류와 배후 주거지로 특화하는 식의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균형발전은 몇 개의 중심지를 정하고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는 데서 시작되며, 서울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한 뒤에야 그에 걸맞은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