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안중근 유묵, 국제법의 한계 새겼다
핵심 요약
안중근 의사가 국제법의 무력함을 비판한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가 일본에서 환수돼 공개됐다. 뒷면 묵서의 삭제된 표현은 항일 인사를 낮춰 부르던 ‘적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장인 비교와 원형에 가까운 장황 상태가 진본 가능성과 작품의 역사적 가치를 뒷받침한다.
안중근 의사가 국제법보다 무력이 앞서는 현실을 비판하며 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가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돼 13일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서 공개됐다. 강인한 필체로 적은 여덟 글자는 당부나 조언이 많은 다른 유묵과 달리 국제 질서의 냉혹함을 직시한 시대 인식을 담고 있어 말년의 대표작으로 평가됐다.
유묵 뒷면에는 자신을 ‘평문광생 뇌협일인’이라고 밝힌 소장자의 묵서가 남아 있다. 그는 안중근의 마음을 가련하게 여겨 작품을 표구해 보존한다고 적었다. 글씨 주인을 지칭한 두 글자는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낸 듯 지워졌으나, 남은 획과 문맥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일본이 항일 의병장과 독립운동가를 낮춰 부르던 ‘적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작품의 문구는 일본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저서 ‘통속국권론’에서 다룬 만국공법 관련 내용과 연결된다. 후쿠자와는 봉건체제 타파와 서구 문명 도입을 주장해 일본 근대화에 영향을 줬지만 제국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유묵은 서체와 구성, 서법이 온전하고 일제강점기의 장황 형태까지 유지한 것으로 보여 자료적 가치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손바닥 도장인 장인도 진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보물로 지정된 ‘운재’, ‘국가안위노심초사’ 등 유묵 5점과 검지 지문을 비교한 결과 일치하는 특징이 데이터로 확인됐다. 작품은 현재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임시 보관돼 있으며 최종 관리처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은 내부 검토를 거쳐 관리 기관을 지정할 계획이지만 환수 유물을 위한 별도 예산과 조직 지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