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절차 단축 추진에 소수당 견제 약화 논란
핵심 요약
민주당이 신속처리안건 기간 단축과 필리버스터 종료 요건 완화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야당의 저항 수단과 상임위원장의 중재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숙의와 합의 절차를 축소하면 다수당 중심의 국회 운영이 제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법안 처리를 앞세워 신속처리안건 기간을 줄이고 필리버스터 종료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다. 이르면 목요일 처리될 수 있는 개정안에는 상임위원장을 위원 과반수 의결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다수당의 입법 속도를 높이는 대신 소수당의 견제 수단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행 신속처리안건 제도는 상임위원회 심사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90일, 본회의 심의 60일 등 최장 330일의 절차를 두고 있다. 여야의 견해차가 클수록 심의와 타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이 기간을 90일로 대폭 단축한다. 필리버스터는 야당이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는 점에서 종료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논란의 대상이다. 상임위원장의 교체 요건 변경 역시 정당 간 중재 역할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회법은 1948년 제정된 뒤 78년 동안 제1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된 사례가 두 차례에 그쳤고, 두 번 모두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한 2020년 이후 이뤄졌다. 이는 국회 운영 규칙을 바꿀 때 다수당도 양보하며 합의를 존중해 온 원칙과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과거 회기를 쪼개거나 소속 의원의 일시적 탈당을 활용해 야당의 저항을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번 개정이 통과되면 다수 의석을 통한 일방적 운영이 제도화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처리된 형사소송법 개정을 둘러싼 혼란도 계속되고 있다. 범죄 피해자와 시민의 불안이 남은 가운데 민주당 내부와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이견이 드러났다.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바꿀 때 숙의와 타협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수 권력을 제어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하게 하는 장치다. 민주당이 합의 절차를 부담으로만 여기며 개정을 밀어붙일 경우 신뢰를 잃을 수 있고, 다음 총선 뒤에는 바뀐 국회법이 민주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