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산배분 급선회…독립성 논란 재점화
핵심 요약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주식 비중 확대가 장기 자산배분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위험자산 비중을 한 달 만에 6%포인트 높이고 매도 부담이 작다는 입장을 공개한 점이 핵심 실책으로 지목됐다. 기금의 연금 지급 목적을 지키려면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시됐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12년간 운용전략과 자산배분, 시장조사를 담당한 배재현 프리즘투자자문 운용본부 상무는 올해 상반기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의 대폭 상향을 운용 전문가가 선택하기 어려운 조치로 평가했다. 장기 전망을 토대로 움직여야 할 자산배분이 단기간에 급변한 데다, 향후 연금 지급을 위해 자산을 처분할 때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금운용본부는 목표 비중 변경 한 달 전인 지난 4월 중동 사태가 길어질 경우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안전자산 확대 필요성을 검토한 직후 위험자산인 국내주식 비중을 한 번에 6%포인트 높인 셈이다. 리밸런싱을 미루고 목표 비중까지 올린 뒤 7월 3일 매도 물량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하면서, 시장 참여자에게 주가가 높은 구간에서도 국민연금의 매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자산배분은 정해진 비중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예상 수익과 손실을 산출하는 과정이다. 목표에서 벗어난 상태를 방치하면 애초 설계와 다른 포트폴리오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늘어 기금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시기에 국내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낮춰왔다. 이와 달리 대체자산은 ‘중위험 고수익’ 확대 요구 속에 목표 비중이 높아졌지만 실제 수익률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배 상무는 국민연금의 목적을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 지급으로 한정하고, 환율 안정이나 국내주식 하단 방어, 주택 투자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금운용지침의 공공성도 공익을 훼손하지 말라는 원칙이지 기금의 목적을 다른 정책에 전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정부와의 연락이 일상 업무가 된 부서가 있을 만큼 외부 영향이 이어지는 구조를 ‘감독관 스무 명이 있는 집’에 빗대며,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분리해 외부 기구로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