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 재개관…일제강점기 유물 첫 공개
핵심 요약
국립중앙박물관이 대한제국 상설전시실을 9개월 만에 재개관하고 고종 어진 등 65점을 공개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발견된 은판과 동판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전용 전시실을 장기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9개월간의 개편 공사를 마치고 대한제국 상설전시실을 27일 재개관한다. 이번 전시에는 고종 어진과 칙령에 사용된 국새, 교과서, 행정 문서 등 65점이 공개되며,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유물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대한제국이 제국주의 확산 속에서 주권을 지키고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응하려 했던 노력을 조명한다.
고종 어진은 7년 만에 다시 공개되며, 대한제국이 서양 문물을 빠르게 수용하고 근대화를 추진했던 과정을 보여주는 중심 자료로 자리한다. 전시에는 당시 제작된 행정·외교 기록, 교과서, 신문, 잡지 등이 포함되어 근대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유홍준 관장은 지난 26일 언론 공개회에서 "대한제국이 명목상의 제국에 불과했다는 인식이 있지만, 근대를 향한 단호한 의지였다"며 "역사적 상황 때문에 좌절됐을 뿐, 당시 민중의 개혁 요구를 황실이 받아들여 근대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또한 대한제국의 몰락 과정을 일제강점기 유물을 통해 직시한다. 박물관은 경복궁 흥례문 자리에 세워진 조선총독부 건물의 기초석 아래에 묻혔던 은판과 지붕 중앙 돔 설치 당시 기둥에 부착된 동판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은판은 1920년 일본이 건축 기록을 담아 묻었고, 동판에는 당시 총독 사이토 마코토와 전임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 식민 정책 관련자 5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유물들은 1996년 건물 철거 당시 발견됐으며, 박물관은 은판과 동판, 중앙홀 벽화 등 세 점을 보관해 왔다.
임혜경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시기를 다루지 않아 전시할 기회가 없었다"며 "식민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인물들을 확인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자 전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장기적으로 일제강점기 전용 전시실을 마련해 대한제국 시기 형성된 민족 정체성이 저항을 통해 어떻게 오늘날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시에는 을사늑약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의 순절지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진 '혈죽' 사진과 그림, 뤼순 감옥에서 안중근이 쓴 서예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