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막힌 레버리지 수요, 미국 3배 ETF로 이동
핵심 요약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이 규제 시행 전보다 8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3배 반도체 ETF SOXL에는 24억8789만달러의 순매수가 몰렸다. 국내 규제가 고위험 해외 상품으로 수요를 옮기는 풍선효과와 자본 유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규제가 강화된 뒤 국내 거래가 급감한 반면,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미국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국내 상장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규제 시행 직전인 지난달 15일 13조361억원에서 이달 4일 1조3329억원으로 89.8% 줄었다. 위험 투자를 억제하려던 조치가 투자처의 해외 이전과 자본 유출로 이어지면서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을 가용증권을 포함한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올리고 투자 한도를 제한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1위는 미국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SOXL로, 순매수 결제금액이 24억8789만달러에 달했다.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인 TSLL은 2억1436만달러로 6위, 한국 증시 3배 레버리지 ETF인 KORU는 1억3095만달러로 11위에 올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세나 약세장이 이어지면 변동성 감가로 불리는 음의 복리 효과가 누적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초 종목보다 손실이 커지고 원금 회복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이 규제 강화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미국 상장 상품은 별다른 제약 없이 거래할 수 있는 데다 일부 상품의 배율이 3배에 이르고 환율 변동 위험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했지만 손실 발생 뒤 시행된 사후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단일종목 상품의 높은 변동성과 미국 시장의 상대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해외 이동은 자연스러우며, 국내 상품만 제한하는 구조에서는 쏠림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손실 만회를 위한 감정적 추가 매수보다 음의 복리 효과를 고려한 데이터 기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