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는 PEF 거래, 전략기술 심사가 변수로
핵심 요약
미국과 일본의 전략기술 보호 강화가 사모펀드의 해외 인수·합병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MBK·영풍의 대표권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와 마키노밀링머신 사례는 안보 심사가 거래를 무산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겨냥한 전략기술 보호와 공급망 재편을 강화하면서 사모펀드의 해외 인수·합병 성사 조건도 달라지고 있다. 인수가격과 주주의 선택만으로 거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투자 대상국의 규제와 안보 정책을 거래 초기부터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일부 사모펀드는 미국 주도 공급망 정책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갈륨·게르마늄·안티모니 등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통합 제련사업이다. 중국이 정제와 공급을 사실상 주도해 온 품목으로, 중국은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현재 수출 금지는 오는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이 사업을 연방 인허가 신속지원제도인 FAST-41 적용 대상으로 지정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회장과 다투는 MBK파트너스·영풍은 미국 현지에서 자신들을 최대주주 그룹으로 소개하고 사업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은 상표권 무단 사용과 업무방해를 이유로 두 회사를 형사 고발했고, MBK·영풍은 이를 주주권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충돌은 미국 전략사업을 대표할 주체를 둘러싼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안보 심사가 실제 거래를 막은 사례도 이어졌다.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가 2021년 추진한 한국계 반도체기업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MBK도 지난 4월 일본 정부가 세계적 공작기계업체 마키노밀링머신의 제품이 일본 방산업체에 폭넓게 쓰인다는 이유로 인수 중단을 권고하자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의 사전 검토 범위는 재무와 사업성에서 최신 규제와 안보 환경까지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