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붕괴가 오히려 국민 삶 개선? 역사학자의 반전 주장
핵심 요약
소말리아 붕괴 10년 후 영아 사망률 24%, 극빈 상태 20% 감소해 국민 삶이 개선됐다. 역사학자 루크 켐프는 '골리앗의 저주'에서 국가 붕괴가 평민에게 축복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집트 고왕국 사례 등 300여 개국 분석을 통해 권력 분산의 이점을 제시한다.
소말리아의 중앙정부가 무너진 지 10년 뒤, 국민의 삶이 독재 정권 시절보다 전반적으로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학자 루크 켐프는 저서 '골리앗의 저주'에서 소말리아 붕괴가 평민에게 축복이었다고 주장한다. 1991년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정권이 붕괴된 이후 영아 사망률은 24% 감소했고, 극빈 상태는 20% 줄었다. 언론 검열과 해외여행 제한 같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자유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책은 기존의 '문명과 발전' 중심 역사관을 뒤집고, 붕괴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사를 재해석한다. 저자는 기존 역사가 궁전이나 상류층 무덤 같은 '승자들의 기록'에 의존해 왔다며 '1%의 역사'라고 비판한다. 대신 하위 99%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주목해 국가 붕괴가 어떤 의미였는지 복원한다. 소말리아 외에도 기원전 2181년경 멸망한 이집트 고왕국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멸망 후 정부 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되면서 상류층 전유물이던 부장품과 기념물이 평민 무덤에도 쓰였고, 귀족은 가난해진 반면 평민은 부유해졌다.
이런 아이러니는 대부분 국가가 약탈적 위계 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국가 멸망이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또한 붕괴가 문화와 공동체의 회복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마가 멸망했음에도 언어와 관습, 문화가 게르만 통치자들을 통해 살아남았고, 오늘날까지 라틴어가 쓰이는 것이 그 예로 제시된다.
저자는 소수의 사례에 의존하지 않고, 5000년에 걸쳐 존재했던 300여 개국의 사례를 분석해 역사적 교훈을 도출한다. 이는 국가 붕괴가 항상 비극만은 아니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권력 집중의 폐해와 분산의 이점을 재조명한다. '골리앗의 저주'는 박수철이 옮겼으며, 744쪽 분량으로 까치에서 4만2000원에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