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강진 사흘째, 폭발·정전·단수로 대피소조차 못 여는 지역 속출
핵심 요약
규모 7.1 강진으로 구마모토현 곳곳에서 폭발·정전·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온몰 구마모토 폭발 사고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예상되며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대피소조차 열지 못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폭염 속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규모 7.1의 강진이 덮친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29일에도 곳곳에서 재난의 흔적이 확인됐다. 주택과 상가가 무너지고 포장도로가 갈라졌으며, 광범위한 정전과 단수로 행정 기능이 마비된 지역이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지정 대피소조차 열지 못해 주민들이 차량 대피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구마모토시의 이온몰 구마모토에서는 전날 발생한 원인불명 폭발로 건물 외벽이 무너지며 다수의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사고 현장에는 앙상한 철골이 드러나고 잔해와 먼지가 인근 도로를 덮었으며, 폭발로 날아간 콘크리트에 가드레일이 휘어졌다. 이날 아침부터 현장에는 가족과 지인의 안전을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모였고, 새벽에는 건물 안에 가족이 고립된 10여 명이 경찰 통제선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2층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50통 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다는 직장인 A씨(48)는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폭발 직전 대피한 생존자들은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1층 의류매장 직원 C씨(23)는 강진 후 대부분 직원이 빠져나왔지만 일부는 고객 대피를 돕기 위해 건물에 남았다고 전했다. 쇼핑몰에서 200m 떨어진 자택에서 폭발음을 들은 그는 흰 연기가 집 앞까지 몰려왔다고 했다. 음식점 아르바이트생 D씨(16)는 ‘비행기가 추락한 듯한 굉음’을 들었고, 직원 E씨(35)는 ‘포탄이 떨어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LP가스 탱크 인근에서 엄청난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5km 밖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피해는 구마모토현 전역으로 번졌다. 히카와정 방재 담당자 사카이 도시히로는 “우리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청사 컴퓨터 사용이 불가능해 재난 대응이 마비됐다고 전했다. 지역 내 11곳 지정 대피소를 열지 못해 초·중학교 운동장을 차량 대피 장소로 개방하기로 했다. 우키시에서는 대피소로 쓰려던 방재거점센터 천장이 내려앉아 사용이 중단됐다.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스기우라 나루오(67)는 이번 지진으로 형을 잃었고, 집을 잃은 기무라 히로노리(66)는 “10년 전 지진과 비교도 안 된다”며 신속한 피난처 마련을 호소했다. 우키시의 한 노인요양시설은 정전으로 에어컨이 꺼졌고 남은 물도 저장탱크뿐이라 사무장 요시모도 마사후미(61)는 “고령자들이 이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