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 최고치 이끈 공급난과 AI 전력 수요
핵심 요약
미국 구리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6.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수요, 광산 생산 차질과 공급 제약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구리 가격이 전체 경기보다 특정 산업의 수요와 공급 상황을 더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로 불리는 ‘닥터 코퍼’ 구리 가격이 6일 미국 선물시장에서 파운드당 6.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에도 6.6달러로 마감해 최근 1년간 상승률이 약 50%에 달했다. 다만 이번 급등은 세계 경기의 전반적인 확장보다 제한된 공급과 생산 차질,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특정 수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리는 건설·전자제품·운송부터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까지 폭넓게 쓰인다. 윌리엄 오스나토 바차트 원자재 데이터 조사·분석 책임자는 높은 가격을 지탱하는 핵심 배경으로 AI 산업을 지원할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수요를 꼽았다. 최근 수요가 광범위한 경제 성장에서 발생하기보다 일부 분야에 집중되면서 구리 가격만으로 전체 경기 흐름을 판단하기는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공급 제약도 가격을 밀어 올렸다. 광산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신규 광산 가동까지 약 10년이 걸릴 수 있어 단기간 증산이 쉽지 않다. 마이클 위드머 뱅크오브아메리카 금속 리서치 책임자는 최근 가격 흐름이 수요보다 공급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대 단일 생산국 칠레에서는 폭설과 폭우, 강풍으로 광산 운영이 차질을 빚었고, 중국 정부의 폐구리 유통 단속도 2026년 공급을 압박했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각국의 전력망 투자도 수급을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구리 반제품과 구리를 대량 사용하는 일부 파생제품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전력망 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고, 최근 약 5740억달러 규모의 고도화 계획도 발표됐다. 6일 급등은 콩고민주공화국이 구리·코발트 정광 수출을 금지한 직후 나타났으며, 공급 차질로 소비자들이 런던금속거래소 창고의 금속을 빼내면서 제련 비용도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