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앞에서도 멈추지 못한 폭염 속 배달노동
핵심 요약
경기 양주에서 폭염 속 배달을 하던 라이더가 쓰러지고도 업무를 이유로 구급차 탑승을 거부했다. 특수고용 플랫폼 라이더는 33도 이상에서 일할 때 적용되는 의무 휴식과 작업중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낮은 기본 배달료와 미션 중심 보상, 이륜차 주차 공간 부족이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4일 경기도 양주에서 두 시간 동안 배달하던 라이더가 도로에 쓰러졌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이송을 시도했지만, 라이더는 배달을 마쳐야 한다며 구급차 탑승을 거부했다. 다시 오토바이로 향한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구급대원들의 거듭된 설득 끝에 구급차에 올랐다. 폭염 속에서도 일을 중단하기 어려운 배달노동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현직 라이더이자 안전교육강사인 주성중 라이더유니온 경기지회장은 자신도 요즘 두 시간가량 일하면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다고 말했다. 라이더는 아스팔트의 지열과 직사광선을 동시에 견뎌야 하지만 휴식 여부는 개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 주씨는 물과 식염포도당, 쿨 스카프 등을 활용하면서도 장비보다 자주 쉬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배달 건수를 채우면 보너스를 주는 미션이 뜨면 물을 마시거나 귀가하려던 라이더도 다시 도로로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두 시간 일한 노동자에게 20분의 휴식을 보장하는 의무가 생겼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 플랫폼 라이더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날씨가 좋을 때는 기본 배달료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칠 만큼 낮아지고 폭염·폭우·폭설 때 단가와 미션 보상이 높아지는 구조도 운행 중단을 어렵게 만든다. 주씨는 기본 배달료를 높이고 미션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휴식 시간만큼 미션 제한 시간도 연장해야 작업을 멈출 조건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안전 문제는 운행뿐 아니라 주차와 교육에서도 이어진다. 공영주차장과 관공서, 배달 음식점 주변에는 이륜차 주차 공간이 부족한데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고쳐 주정차 단속을 추진하고 있다. 주씨는 단속에 앞서 합법적으로 세울 공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료의 사고와 산재 상담을 계기로 라이더 안전교육에 나섰으며, 심폐소생술 교육과 소형 소화기 휴대, 위험 요소 신고, 취약계층 도시락 배달도 병행하고 있다. 교통법규 준수와 함께 라이더가 시간과 소득 압박에서 벗어날 제도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