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시설 냉방 공백에 인권단체 헌법소원 추진
핵심 요약
인권단체 15곳이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의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냉방설비 사업 중단과 온도 기준·정기 점검 체계의 부재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수용자 2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생명권 침해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이 추진된다.
수용자인권증진모임을 비롯한 15개 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의 폭염 대책을 요구했다. 최근 일부 수용거실 온도가 37도에 육박한 가운데 수용자들이 선풍기와 제한적으로 지급되는 얼음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스스로 냉방 장소로 이동할 수 없는 환경이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가 올해 약 12억원을 들여 추진하려던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사업을 잠정 중단한 점도 쟁점이 됐다. 이 사업은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동과 일부 과밀 여성수용동 복도에 냉방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외국인보호소에서도 냉방과 얼음, 냉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2명이 더위로 실신했으며 냉장고가 없고, 제한적으로 가동되는 소형 에어컨만으로는 열기를 낮추기 어렵다는 현장 상황이 공개됐다.
구금시설 실내온도를 관리할 구체적인 법적 기준과 점검 체계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형집행법은 수용거실 설비 가운데 난방만 명시하고 적정 온도의 수치 기준은 두지 않고 있다. 관련 훈령에도 온도 유지를 위한 노력 의무만 있을 뿐 정량적 기준과 주기적 점검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2016년 8월 부산교도소에서는 수용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숨졌고 부검 결과 열사병 등이 사인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정보공개청구로 확인된 대다수 교정시설의 실내온도는 30도를 넘었다.
단체들은 폭염 속 구금이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어긋나는지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정부에도 긴급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수용자 20여명이 헌법소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소송에서는 객관적인 온도 기준과 실효적인 보호조치 없이 수용하는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지가 다뤄질 예정이다. 캐나다 연방법원이 적정온도 기록을 보존하지 않은 교정당국에 온도 측정과 에어컨 설치를 명령한 사례도 법적 대응의 근거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