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상의 탈의 자제’ 놓고 시민 의견 팽팽
핵심 요약
서울 주요 공원에 상의 탈의 러닝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물이 설치됐다. 공공장소의 예절이라는 찬성론과 옷차림의 자유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안내 현수막 설치 뒤 관련 정식 민원은 1건으로 줄었다.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러닝 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공원에서 웃옷을 벗고 달리는 이른바 ‘상탈 러닝’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공원과 한강 여의도공원 곳곳에는 “상의 탈의를 자제해 주세요”, “웃옷 벗기 노(No)” 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과 입간판이 설치됐다. 공공장소의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개인의 옷차림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집 근처 공원을 달리는 조아무개(40)씨는 한여름 장거리 운동 중 땀이 많이 나면 웃옷을 벗기도 했지만, 자제 안내가 게시된 뒤부터 상의를 입고 뛰고 있다. 남산공원에서 만난 홍아무개(76)씨는 상의를 벗은 러너에게 직접 옷을 입으라고 말해 왔다며 현수막 설치 후 이런 차림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41)씨는 제재 자체에는 부정적이지만 다수 이용자가 불편해한다면 공공장소의 기준에 맞출 필요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쪽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복장까지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아무개(31)씨는 해외 바닷가에서 여성들이 브라탑 차림으로 달리는 모습처럼 더운 날에는 가볍게 입고 운동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부정적인 시선을 받던 여성의 레깅스 차림이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상탈 러닝도 정착할 수 있다는 기대다. 임아무개(40)씨는 법적 근거가 없는 안내 문구가 시민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상의 탈의 자제 안내는 강제력을 갖춘 처분이 아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 대상인 과다 노출을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 부위를 드러낸 경우로 한정한다. 다만 남산공원 등을 관리하는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에는 지난해 러닝 관련 민원 44건 가운데 상의 탈의 민원이 10건으로 약 23%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현수막 설치 뒤 정식 민원은 1건으로 줄었으며, 관리 당국은 신고가 들어오면 관제실 방송으로 자제를 안내하고 있다. 운동 목적의 시민을 상대로 법 위반 여부까지 엄격하게 따질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관리 당국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