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각 요건 확대 놓고 법조계 갈등…재판 지연 우려
핵심 요약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공소기각 사유가 신설되면서 법조계에서 재판 지연과 사법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특정 인사를 겨냥한 방탄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법원은 체계 정합성과 남용 가능성을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대법원 판단이 정립되기 전까지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새로 도입되는 공소기각 사유를 둘러싼 논란이 법조계에서 확산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사유로 공소가 제기됐거나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를 제기한 경우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현행법은 공소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했거나 피고인 사망 등으로 재판권이 없을 때만 공소기각을 허용하고 있어, 이번 개정으로 기각 사유가 두 가지나 늘어나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개정이 특정 인사의 사법 리스크를 덜기 위한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여당이 조작기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통해 공소 취소 명분을 쌓은 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위법 수집 증거가 있으면 기존에는 해당 증거만 배제하고 나머지 증거로 유무죄를 판단했는데, 이제는 재판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게 됐다며 증거 수집과 조사, 법률 적용 단계의 위법성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중대한', '현저히' 같은 모호한 표현이 재판 지연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많은 피고인이 위법 수사를 당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재판부가 실제 쟁점을 다루기 전에 형식적 판단을 먼저 하게 돼 재판 시작 자체가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현직 검사는 피고인이 위법 수사 피해를 주장하면 검사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기록을 다시 뒤지고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성일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같은 사안이라도 하급심은 무죄를, 상급심은 공소기각을 선고할 수 있다며 대법원의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일선 법원에서는 법 체계 전반과의 정합성을 우려하면서도 공소기각이 남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특정 조항만 원포인트 개정한 만큼 체계 정합성이 걱정된다며 법 전문가들의 의견과 해외 입법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중대한', '현저한' 같은 표현이 모호하지만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기능도 한다며 법원이 무분별하게 기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소기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며, 재판 실무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