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교섭권 밖에 선 실질 결정권자
핵심 요약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공공기관 노동조건을 좌우하면서 교섭에는 빠지는 구조가 논란이 됐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을 보완하고 실질 결정권자를 교섭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부는 재량권이 확인되는 사안의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공무직위원회 협의체에서 관련 제도를 논의할 계획이다.
지방공공기관의 임금과 인력, 복리후생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좌우하면서도 정작 단체교섭에는 참여하지 않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대전도시공사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약 7개월간 임금·단체협약을 협상했지만 주요 안건마다 대전시 승인이 필요하다는 벽에 막혔다. 합의가 무산되자 노조는 조합원 94%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부산교통공사에서도 안전설비 확충과 작업환경 개선, 복리후생 안건을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부산시가 정한 예산 상한 때문에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는 행정안전부의 예산·조직·인사 지침을 적용받고, 부산시는 재정 지원과 임원 임면, 정원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한다. 서울시 출자·출연기관도 총인건비 기준과 시 예산편성기준에 묶여 임금체계와 조직개편 등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은 실질적 지배력을 사용자성 판단 기준으로 삼지만, 노동부 해석지침은 법령·조례로 정한 노동조건과 국회 의결 예산의 집행, 정부·지자체의 일반적 지도·감독에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행안부와 지자체가 노동조건을 통제하면서도 교섭 대상에서는 빠지는 권한·책임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국가나 지자체가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면 사용자성과 교섭권을 함께 인정해야 하며, 예산만으로 교섭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는 지방공기업 167개와 지방 출자·출연기관 890개가 기관별 교섭에 묶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광역 단위 초기업교섭과 기관별 보충교섭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감협의회의 학교비정규직 집단교섭과 서울·인천·부산 구청장협의회의 직영 공무직 교섭이 사례로 거론됐다. 노동부는 정부와 지자체의 사용자성을 일괄 부정하지 않으며, 재량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한 사안은 사실관계를 따져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9월 출범하는 공무직위원회에는 공공기관 분야별 협의체가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