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네 식구, 금강송 전시관서 찾은 한낮의 쉼
핵심 요약
고추 수확에 나선 가족 네 명이 울진 금강송테마전시관에서 한낮의 더위를 피했다. 금강소나무 전시와 숲 소리 체험을 둘러보고 느린 우체통에 6개월 뒤 받을 편지를 썼다. 가족은 밭에서는 함께 일하고 일상에서는 각자의 시간을 지키며 귀농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새벽부터 고추를 수확한 가족 네 명이 지난 5일 경북 울진 금강송테마전시관을 찾아 한여름 농사일에서 잠시 벗어났다. 친정 부모와 딸, 사위는 오전 8시를 넘기며 햇볕이 거세지자 밭일을 마친 뒤 집에서 40분 거리의 전시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들은 실내의 찬 바람과 소나무 향을 느끼며 땀을 식혔다.
전시관 1층에서는 금강소나무의 역사와 생태, 식재료·약재로 활용된 소나무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가족은 핸들을 돌려 목각인형을 움직이는 가상 벌목 체험과 산촌의 벌채 과정, 소나무 보호 영상을 둘러봤다. 소나무에 귀를 대면 새소리와 솔바람,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숲 소리 체험도 이어졌다. 2층 북카페 지관서가에는 150년 된 금강소나무 원목으로 만든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겨울부터 키운 고추 모종을 4월 17일 밭에 옮겨 심었고, 7월 27일 첫 수확에 이어 두 번째 붉은 고추 수확을 진행하고 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하려 새벽 4시 30분부터 일하며, 부모까지 네 사람이 함께 밭에 나선다. 울진 금강소나무는 궁궐 건축과 왕실의 관 제작에 쓰인 목재로 조선 시대부터 관리됐으며,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역사와 생태를 알리는 이 전시관은 2019년 문을 열었다.
지관서가의 느린 우체통 앞에서는 가족 모두 스마트폰 대신 볼펜을 들었다. 편지는 6개월 뒤 배달될 예정이다. 어머니는 이제 막 돌이 된 손녀에게 글을 남겼고, 딸은 다음 농사를 준비하고 있을 자신에게 안부를 적었다. 나들이를 마치고 귀가한 네 사람은 저녁 밭일 전까지 다시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밭에서는 한 팀으로 일하되 일상에서는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농사와 가족의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