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과 주택 처분 사이의 엇갈린 선택
핵심 요약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가 인사 기준으로 부각되면서 주택 대신 직을 내려놓는 사례가 이어졌다. 주택을 보유한 전직 고위 공직자는 가격 상승의 이익을 얻었고, 매각한 인사들은 큰 시세 차익을 놓쳤다. 경주 최부자 가문은 고위 관직을 멀리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위험을 피하고 300년간 재산을 지켰다.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가 자격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관직을 떠나더라도 주택은 처분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서 참모들에게 주택 매각 요구가 제기됐지만, 민정수석과 안보실 차장, 비서관 등 여러 인사가 보유 주택을 팔지 않은 채 청와대를 떠났다. 일부는 매물로 내놓았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 민정수석은 주택 한 채를 처분하려는 모습을 보인 뒤 직에서 물러났고, 청와대를 나온 후 억대 연봉을 받는 자리에 취업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 안정에 솔선수범하겠다며 여러 참모가 집을 매물로 내놨지만 실제 매각자는 소수에 그쳤다. 최근 소유 주택의 불법 증축 문제로 면직된 춘추관장은 주택 7채를 보유했으나 이를 처분하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가 인사 기준으로 부각된 것은 이해충돌 방지와 청렴성 요구에서 더 나아간 현상이다. 특히 진보 정권에서는 다주택자에게 보유 주택을 정리하라는 압박이 강해졌다. 경주 최부자 가문은 300년 동안 만석꾼의 부를 유지하면서 첫 가훈으로 과거에 응시하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고 정했다. 종9품에 해당하는 진사 수준의 품위만 갖추고 고위 관직과 정치적 변동을 피한 것이 재산 보전의 배경이었다.
주택을 유지한 선택과 매각한 선택의 결과는 부동산 가격 변화로 엇갈렸다. 2주택자였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보유한 서울 서대문구 단독주택은 2018년 15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23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반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각각 서울과 분당의 집을 팔았으며, 계속 보유했다면 10억~20억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제시됐다. 고위급 승진을 위해 집을 처분한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당시 결정을 후회한다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