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사고 44% 급증에도 면허 반납은 2.5% 그쳐
핵심 요약
고령 운전자 사고가 4년 새 44.1% 늘었지만 면허 자진 반납률은 2.51%에 그쳤다. 생계형 운전자가 많고 일회성 혜택의 한계로 반납 유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조건부 면허 도입과 안전장치 인센티브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기 성남과 부산에서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로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8일 성남 분당구에서는 70대 택시 기사가 몰던 차량이 다른 차량 2대를 추돌한 뒤 건물 벽을 들이받아 운전자가 숨졌고, 한 달여 전 부산에서는 70대 후반 운전자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두 사고 모두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21년 401만6538명에서 지난해 563만2818명으로 4년 새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4.5% 줄어든 반면 고령 운전자 사고는 3만1841건에서 4만5873건으로 44.1% 늘었고,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7%에서 23.7%로 커졌다. 고령 운전자 수 증가와 함께 사고 건수도 가파르게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반납률은 2.51%에 그쳐 5년째 2%대에 머물렀다. 서울시는 70세 이상에게 20만원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다른 지자체도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지원하지만, 일회성 혜택에 그치는 데다 생계형 운전자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운수업 종사자 중 65세 이상이 27%인 21만7471명에 달했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도 농업인 고령 운전자의 90% 이상이 생업이나 교통 불편 때문에 반납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에게 무조건 반납을 요구하기보다 조건부 면허 도입과 안전장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2022년부터 자동 긴급 제동 장치를 갖춘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서포트카 한정면허를 운영 중이며, 국내에서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설치한 고령 운전자에게 면허 갱신 주기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은 “자진 반납 유도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안전장치 부착 인센티브와 대중교통 취약 지역의 자율주행 체계 구축이 사고 예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