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 사건 수사, 타 관서 이송 의무화 추진
핵심 요약
경찰이 직계 가족이 사건 관계인일 경우 다른 관서로 이송하는 상피제 도입을 추진한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에서 피의자 부친이 현직 경찰관으로 증거 인멸에 관여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사건 이송 기준 명확화와 수사 정보 유출 차단을 위한 내부 통제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수사 정보를 전달받고 증거를 폐기한 혐의를 받으면서 경찰 내 이해충돌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직계 가족이 사건 관계인일 경우 다른 경찰서나 시·도경찰청이 수사하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건 이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사 정보 유출을 막을 내부 통제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부친 장모 경감의 피의자 전환과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장 경감은 범행 직후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성인용 인형과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범행 차량의 케이블타이를 숨긴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도운 수사팀장 박 경감은 증거은닉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박 경감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건 수사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된 데 대해 자책하며 유족에게 사과했다.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신고하고 직무를 회피하도록 규정하지만, 피의자나 피해자가 경찰관 또는 그 가족일 때 사건을 의무적으로 이송하는 규정은 없다. 친족 관계를 이유로 담당 수사관을 배제하거나 재배당하는 절차도 일선 경찰 판단에 맡겨져 있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 내부 비리 근절 방안'을 통해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사건관계인일 경우 관서장과 시·도경찰청에 보고를 의무화하고, 사건을 다른 관서로 이송하거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한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는 경찰 가족 사건이 확인되면 상급기관이나 광역수사단이 원칙적으로 사건을 맡도록 의무화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미랑 한남대 교수는 사건 이송만으로 정보 유출을 막기 어렵다며 수사 정보가 유출되면 전달자와 수신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수사 기록 열람 로그를 상시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는 이번 사건이 수사기관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며 이해충돌 관리와 정보 유출 방지 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