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소진과 상실 이후의 삶을 묻는 두 신간
핵심 요약
‘인볼루션’은 중국 청년 여덟 명의 노동 경험을 통해 보상 없는 경쟁과 소진을 짚는다. ‘자기만의 삶’은 상실을 겪은 조애너 빅스가 여성 작가 여덟 명의 생애와 작품에서 자유의 가능성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두 책은 정해진 사회적 틀과 개인의 삶이 충돌하는 지점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명한다.
노력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 청년 노동의 현실을 다룬 ‘인볼루션’과 여성 작가들의 생애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자기만의 삶’이 독자를 만난다. 공라오 컬렉티브가 쓰고 홍명교가 옮긴 ‘인볼루션’은 발전 없이 경쟁의 강도만 높아지는 중국 사회의 ‘내권’을 여덟 청년의 경험으로 살핀다. 조애너 빅스의 ‘자기만의 삶’은 이혼과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저자가 여덟 여성 작가의 작품과 생애를 읽으며 상실 이후의 자유를 모색한 책이다.
중국 노동자의 현실을 기록해 온 활동가 단체 공라오 컬렉티브는 서로 다른 전공과 경력을 지닌 청년들을 책에 등장시킨다. 금융학을 공부한 뒤 채권 추심 업체에서 하루 700통의 전화를 거는 노동자, 소도시 학원 강사에서 제약회사 인턴으로 옮긴 청년, 언론인을 꿈꾸며 무급 인턴십과 성차별을 버티는 지원자,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노동자의 삶이 담겼다. 이들은 학업이나 취업 준비를 외면하지 않았지만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유해한 작업 환경, 쉬운 해고와 반복되는 실업에 놓였다.
‘인볼루션’은 격화된 경쟁에 지친 중국 청년들이 ‘드러눕기’를 뜻하는 탕핑을 선택한 배경을 노동의 문제와 연결한다. 비슷한 피로는 한국의 ‘N포’와 ‘쉬었음’, 일본의 ‘사토리 세대’, 미국과 영국의 ‘조용한 퇴사’에서도 드러난다. 노력과 보상이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정체와 소진이 서로 다른 사회의 언어로 표현된 셈이다. 공라오 컬렉티브는 자주 간과됐던 노동자들의 관점을 작은 보고서의 중심에 놓는 데 집필 목적을 뒀다.
이미애가 옮긴 ‘자기만의 삶’은 2023년 출간작으로, 회고록과 작가 전기, 독서 에세이와 문학 비평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 빅스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조지 엘리엇, 조라 닐 허스턴,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 실비아 플라스, 토니 모리슨, 엘레나 페란테가 고유한 관점을 지키며 자유를 향해 나아갔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들의 선택은 저자와 독자에게 길잡이이자 반면교사가 되며, 좋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방식이 다양하고 그런 삶이 통념적 틀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