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 통과에 구자현 직무대행 사퇴
핵심 요약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로 검찰 본질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국회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사표 수리 시 박규형 부장이 직무를 대행할 전망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같은 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구 대행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방금 전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점에 대해 구성원 모두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제도 개편으로 검찰의 본질인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전했다.
구 대행은 그동안 국민의 권리 보장과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이번 개정안이 검사가 수사 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더라도 시행 시 제도의 공백이나 국민 보호의 부족함이 없을지 한 번 더 살펴봐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구 대행의 사의 표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다. 검찰청 폐지와 검사 역할 축소를 결국 막아내지 못한 만큼, 검찰 내 최고위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진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간 구 대행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정치권에 전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변에 무기력을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구 대행이 더 적극적으로 강한 의견을 냈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퇴가 이미 늦은 감이 있으며 더 빨리 의사 표명을 했다면 나아지는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총장 직무는 당분간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게 될 전망이다. 대행의 대행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15일 취임한 구 대행은 1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검찰을 떠나게 됐다. 정부는 향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체제를 준비하기 위해 빠르게 후임을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퇴는 검찰 개혁 과정에서의 상징적 사건으로, 향후 형사사법제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