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수사 범위 일탈로 마약 투약 사건 종결
핵심 요약
대법원이 의사와 대학 연합동아리 회원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별도의 자수서를 단서로 시작한 검찰 수사는 기존 송치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됐다. 두 사람의 혐의에 대한 실체 판단 없이 공소제기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소송이 종결됐다.
대법원 1부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이모(36)씨와 대학 연합동아리 회원 배모(24)씨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법률상 허용된 수사 개시 범위를 벗어났고, 그에 따른 공소제기 절차도 무효라고 판단한 항소심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가 실제로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소송을 마무리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임상강사였던 이씨는 2023년 10월부터 11월까지 배씨와 함께 동아리 회장 염모(33)씨에게서 마약류를 사들여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씨가 마약을 투약한 당일 환자 7명의 수술에 참여한 사실도 파악됐다. 배씨는 같은 해 2월부터 12월까지 염씨에게 마약류를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2024년 12월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배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의 쟁점은 혐의 내용이 아니라 검사가 수사를 시작할 권한이 있었는지였다. 경찰이 애초 검찰에 넘긴 다른 피의자들의 마약 사건에는 이씨와 배씨의 범죄가 포함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당시 피의자나 참고인으로도 특정되지 않았다. 이후 별도의 공범이 자수서를 내고 배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밝히자 검사는 이를 단서로 배씨와 이씨를 새로 수사해 기소했다. 항소심은 지난 4월 이 수사가 기존 송치 사건과 구체적·개별적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청법은 경찰이 송치한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 가운데 송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경우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별도의 자수라는 새로운 단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수도권 13개 대학 재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돼 2022년 말부터 1년간 마약 유통·투약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동아리 ‘깐부’의 회장 염씨는 별도 재판에서 지난 6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회원 중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재학생과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