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자 가속…법정 국고지원 이행 시급
핵심 요약
국민건강보험이 올해 1분기 3조9천억원 적자를 내고 적립금도 석 달 만에 3조9천억원 감소했다. 정부의 건보 지원은 2007년 이후 법정 기준인 예상 보험료 수입의 20%를 한 번도 충족하지 못했다. 보험료 인상 논의에 앞서 국고지원 의무를 강화하고 의료비 지출 구조와 적립금 전용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이 올해 1분기 3조9천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5년 연속 이어진 연간 흑자 흐름에 경고등이 켜졌다. 적립금은 2025년 말 30조2천200억원에서 석 달 만에 26조3천20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도 올해 적자 전환을 예상했지만, 재정 악화 속도가 빠른 만큼 보험료 인상에 앞서 법으로 정한 국고지원 책임부터 이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은 정부가 연간 예상 보험료 수입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일반회계가 14%, 국민건강증진기금이 6%를 맡는 구조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실제 지원 비율은 약 13~14%에 머물렀고, 미지원액은 22조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보험료 수입 예상치도 실제보다 9조8천억원 낮게 산정됐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에 반영된 지원 비율은 14.2%로, 전년의 14.4%보다 낮아졌다.
고령화에 따른 지출 확대도 건보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한 비중은 2023년 44.1%였으며, 2030년 53.1%, 2050년 70.2%로 높아질 전망이다. 직장가입자로 보험료를 내는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의료 수요는 늘어나는 구조다. 구매력평가 기준 한국의 1인당 보건의료 지출은 5천99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6천97달러보다 낮아 장기적으로 추가 재원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정 확충과 함께 지출 구조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1차 의료와 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하고, 비용이 큰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복합 질환 치료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 불필요한 검사와 중복 진료, 부당 청구를 면밀히 관리하고 행위별 수가제의 비용 통제 한계도 살펴야 한다. 이미 응급의료 지원과 병원 구조조정 등에 건보기금 8조6천억원 이상이 투입된 만큼, 대규모 적립금 전용에는 국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국고지원 20%는 추정치가 아닌 결산 보험료 수입을 기준으로 강제할 장치가 요구된다. 담뱃값 인상 같은 대체 재원은 보완책일 뿐 장기 해법을 대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