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투자처·경영기간 따지는 세제 기준 도마
핵심 요약
정부 세제개편안이 거주 여부와 투자처, 기업 경영기간을 혜택 기준으로 내세우며 논란이 일고 있다. 양도세·종부세 개편은 주택 거래와 생애 계획을 제약하고 ISA의 국내 투자 집중은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가 평가와 국내생산세액공제, 가업상속공제도 객관적 판별과 실효성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 세제개편안이 부동산의 실제 거주 여부부터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기간까지 세제 혜택을 가르는 기준을 세분화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12일 실거주를 지나치게 강조한 제도가 주택 매매를 어렵게 하고 개인의 노후 계획과 미래 설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장기 실거주를 부각할수록 거래가 위축돼 실수요자의 이사까지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현행 1세대 1주택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거주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80%를 적용하지만, 정부안은 2029년부터 거주기간에만 연 8%씩 최대 80%를 공제한다. 공제액 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 이후 10억원이다. 비거주 1주택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9억원으로 낮아지고, 1세대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내년 60%에서 70%로 오른다. 홍 교수는 해외 체류 중 임대를 막는 효과와 물가로 누적된 양도차익에 한도를 두는 방식의 위헌적 요소를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고령 1주택자 납부유예도 지연이자와 함께 목돈으로 추징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투자 세제에서는 국내 투자 여부가 혜택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생산적금융 ISA를 별도로 만들기보다 기존 ISA의 납입·운용 방식을 손질해 국내 투자에 혜택을 집중할 계획이다. 홍 교수는 저소득층과 청년의 자산 형성, 고령자의 안정적인 유동자금 마련이라는 ISA의 목적을 고려하면 투자처를 국내로 제한하는 것은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판매 물량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줄이는 국내생산세액공제에도 판매 예측이 어렵고 투자 확대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속·증여세의 ‘주가 누르기’ 방지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저평가 기업의 주가를 과세 때 최소 30% 높여 평가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회계상 이익 축소나 자산 저평가로 생긴 하락과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 하락을 객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도 세법상 평가액이 실제 주가보다 높아지면 시장가치를 웃도는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봤다. 가업상속공제는 한도를 최대 1000억원으로 넓히면서 30년 경영과 전문기술·경영 노하우 요건을 강화했다. 홍 교수는 중소기업이 업종 변경 없이 제조업을 30년간 유지하기 어려워 해당 기준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