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 지원, 학문 다양성까지 닿을까
핵심 요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지원 대상이 9개 거점국립대 전체에서 경쟁으로 선정하는 3개 대학으로 축소됐다. 예산의 중심도 지역 산업 발전과 인공지능 인력 양성에 맞춰지면서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졌다. 종교학처럼 기반이 취약한 학문까지 지원이 확산되는지가 정책 성과를 가늠할 기준으로 제시됐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거점국립대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원안과 달리 제한적인 경쟁 지원 방식으로 구체화됐다. 당초에는 9개 거점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대학 서열화와 지역 인재 유출,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학 전반의 교육·연구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었다.
4월 공개된 실행 방안에서는 지원 대상이 9개 거점국립대 전체가 아닌 공개경쟁으로 뽑는 3개 대학으로 축소됐다. 예산도 지역 산업 발전과 인공지능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도록 설계됐다. 대학 구성원들은 신청 기한인 지난 7월 말까지 동일한 지원 조건에 맞춘 추진계획서를 마련해야 했다. 대학별 강점과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자율성과 다양성을 제약한다는 반발이 나온 배경이다.
이번 논쟁에는 대학 지원을 지역균형발전 수단으로 보는 정부의 관점과 고등교육의 자율적 발전을 위한 투자로 여기는 학계의 시각 차이가 놓여 있다. 대학평가 순위와 입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같은 성과 지표와 정부·산업계 수요를 앞세우면 학술연구와 교육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와 국가 과학기술원은 안정적인 공적 지원과 우수 인력을 확보해 구조조정과 실적 경쟁의 압박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한승훈 한국학중앙연구원 종교학 교수는 정책의 실질적 성과를 판단할 기준으로 ‘종교학과 10개’가 가능한지를 제안했다. 종교학 전공 과정은 국공립 교육기관 가운데 서울대와 한국학중앙연구원에만 설치돼 있으며, 사립대 과정도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전문연구자를 키우는 대학원에는 다양한 분과를 두고 학부 모집단위는 사회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원 효과를 산업적 효용이 작은 학문까지 예산이 도달하는지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