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메운 근조화환, 철거 기준 없어 행정 혼선
핵심 요약
용산어린이정원 주변에 주택 공급 용지 검토를 반대하는 근조화환 수백 개가 설치됐다. 근조화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지만 발송자 확인과 과태료 부과, 철거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별 법 적용과 처리 방식이 달라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를 함께 고려한 기준이 요구된다.
11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주변 도로에는 녹지를 어린이에게 돌려달라는 문구와 공원을 지켜달라는 호소가 적힌 근조화환 수백 개가 놓였다. 정부가 이 일대를 주택 공급 용지로 검토한다는 소식에 반발한 주민들이 보낸 화환이다. 용산구는 화환이 쓰러져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담당 공무원을 하루 두 차례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근조화환을 활용한 항의는 올해 전국으로 확산했다.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폐지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 단체의 화환이 설치됐다. 6월에는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불거진 배재고 야구부와 관련한 화환 수십 개가 학교 앞에 등장했다.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과 지난달 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 앞에도 각각 강제 순환인사와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화환이 늘어섰다.
근조화환은 애도의 상징을 빌려 정책이나 현상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강하게 드러낼 수 있고, 꽃집에 연락하면 문구 작성과 현장 배송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보도를 차지한 화환은 주민 통행을 방해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낳는다. 지자체는 발송자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자진 철거를 요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한 채 민원 대응과 수거에 인력과 예산을 쓰고 있다.
적용 법령과 처리 방식도 지역마다 다르다. 영등포구는 신고된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화환을 시위 물품으로 보고 과태료를 매기지 않았다. 용산구는 옥외광고물법상 입간판과 비슷해 불법 광고물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의사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수거하지 않고 있다. 배재고 앞 화환을 철거한 강동구는 소유자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보관한 뒤 폐기 공고를 냈으며, 한 달여가 지난 25일 폐기할 예정이다. 공공성과 통행 피해, 표현 수위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명확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