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층에 갇힌 정치, 중도 실용이 해법
핵심 요약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싸고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다수 여론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의 반대에도 한미 FTA를 추진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정치권에는 당파성을 벗어나 폭넓은 국민 여론과 실용을 우선하는 선택이 요구된다.
정치권이 ‘국민’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전체 여론처럼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이런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유지 의견이 61%, 폐지 의견이 23%였고,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설문에서도 유지 응답이 67%를 기록했다.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범죄 혐의를 규명한 전례가 있다. 여고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장윤기 사건과 26세 여성을 뒤에서 발로 차 쓰러뜨린 뒤 성폭행하려 한 사건에서도 검찰의 추가 수사가 범행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작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 선출을 앞둔 정치권이 강성 당원의 표심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권 박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규정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은 핵심 지지층보다 폭넓은 여론과 국익을 택한 사례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결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다. 체결 직전인 2006년 12월 조사에서 찬성은 55.4%, 반대는 35.3%였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여당 의원들까지 단식에 나섰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이념이 아닌 생계의 문제로 보고 협정을 추진했다.
당시 10∼20% 수준이던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협정 체결 뒤 30%대로 올랐다. 일부 핵심 지지층이 이탈했지만 더 많은 중도층이 호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여야에서 확산한 당원 주권론과 당원 민주주의가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만 키운다면 정치와 일반 국민 사이의 거리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대통령과 정치권에는 당파적 요구를 넘어 다수 여론을 살피고 중도·실용의 선택을 확대하는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