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70배 상승, 국가 개발이 만든 자산 격차
핵심 요약
강남의 주거 경쟁력과 자산 가치는 국가가 규제와 투자를 집중한 개발 과정에서 형성됐다. 1986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가구 평균소득은 약 10배, 압구정 현대아파트 35평 가격은 70배 넘게 올랐다. 고령 장기보유자의 세금 부담과 함께 공공 지원으로 증가한 자산 가치도 과세 논의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서울 강남의 높은 주거 가치는 직장 접근성, 공공편의시설, 학군, 촘촘한 지하철과 버스망, 정비된 도로가 결합한 결과다. 그러나 현재의 생활 여건과 자산 가치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이후 국가가 인구 분산과 안보를 명분으로 규제와 투자를 집중하면서 만들어졌다.
1960년대까지 강남은 강북 도심에 채소를 공급하던 농촌이었고, 저지대인 반포동 등은 폭우 때마다 침수를 겪었다. 1970년 제방도로 건설과 1973년 소양강댐 완공을 계기로 수해가 줄었다. 정부는 1972년 강북을 특정시설제한구역으로 묶어 제조업체·백화점·도매시장 신설을 막고, 이듬해 도심 건물의 신축·개축·증축까지 금지했다. 반면 강남은 개발촉진지구로 지정해 취득세와 재산세를 면제하며 상업시설 이전을 유도했다.
1968년 1·21사태와 1975년 사이공 함락은 휴전선에서 약 40㎞ 떨어진 강북의 인구를 분산해야 한다는 정책에 힘을 실었다. 1976년 아파트지구 제도가 도입되면서 반포·압구정·잠실에 대규모 단지가 들어섰고, 1980년 택지개발촉진법 제정 뒤 개포·고덕 지구가 조성됐다. 대법원과 검찰청, 고속터미널, 경기고와 휘문고 등 주요 기관과 시설, 학교의 이전도 강남이 단순한 주거지역에 머물지 않도록 뒷받침했다.
국가 주도의 개발 효과는 주택 가격에 장기간 축적됐다. 1986년 서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약 600만원, 압구정 현대아파트 35평의 매매가는 약 6000만원이었다. 2024년 평균소득이 약 6000만원으로 10배 늘어나는 동안 같은 아파트 가격은 44억원으로 70배 넘게 상승했다. 한 집에 오래 거주한 고령 소유자의 세금 부담만으로는 이런 자산 증가의 형성 과정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과세 방식과 대안은 별도 검토가 필요하지만, 국가 지원으로 커진 자산 가치와 공동체 유지 비용의 관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