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네팔 노동자들, 전주 쉼터서 되찾은 웃음
핵심 요약
부당한 노동환경을 피해 나온 네팔 노동자들이 전주의 쉼터 칸첸중가에 머물고 있다. 사업장 변경 제한 속에서 쉼터는 저렴한 숙식과 구직 기간을 버틸 공간을 제공한다. 노동자들은 고향 음식과 노래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고 새 일터의 연락을 기다린다.
전북 전주시의 네팔 이주노동자 쉼터 ‘칸첸중가’에는 미처 풀지 못한 여행용 가방들이 입구부터 쌓여 있다. 사업주의 부당한 노동행위를 견디다 일터를 나온 노동자들이 다음 거처를 정하지 못한 채 머무는 곳이다. 한국에 온 지 석 달 만에 농장을 떠난 아므리트(30)씨도 언제 다시 이동할지 몰라 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부양하고 귀국 후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 지난 3월 입국한 아므리트씨는 파프리카 농장과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농장들을 오가며 일했다. 야근을 비롯한 추가 근무가 이어졌으나 수당은 받지 못했고, 전액 지원하기로 한 숙소 비용 등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돈까지 월급에서 빠졌다. 그는 함께 입국한 친구와 4월 말 농장을 나왔다. 상추·딸기 농장에서 일한 키타(27)씨도 환기가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의 극심한 더위를 견디지 못해 일터를 떠났다.
두 사람이 선뜻 새 일자리를 고르지 못하는 배경에는 사업장 변경 기회를 세 차례로 제한한 고용허가제가 있다. 다시 열악한 고용주를 만나거나 새 사업장에 적응하지 못하면 남은 선택지가 강제 출국이나 미등록 체류로 좁아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일하지 않은 채 버티기도 어려운 이들에게 칸첸중가는 연 5만 원으로 잠자리와 매 끼니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며 구직 기간을 견딜 공간이 돼주고 있다.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지인을 통해 알려진 쉼터는 생활 공간을 넘어 타국에서 쌓인 외로움을 덜어주는 공동체 역할도 하고 있다. 아므리트씨는 네팔 음식과 고향 사람들을 만나며 부모를 그리워하던 시간을 견뎠고, 키타씨도 쉼터에서 사귄 두 친구와 매일 식사하며 웃음을 되찾았다. 식당 영업이 끝난 밤이면 이용자들은 전통 악기를 곁에 두고 고향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다. 두 사람은 계약대로 임금을 지급하고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는 새 일터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