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추가 유예보다 기준 정비가 먼저
핵심 요약
가상자산 과세를 2030년까지 유예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미 세 차례 연기된 만큼 정책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 내년 시행을 전제로 기본공제액과 취득가액, 필요 경비의 세부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해외 거래소와 디파이 소득까지 포착할 수 있는 공정한 과세 체계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2030년까지 늦추는 방안이 다시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에는 반가운 제안일 수 있지만, 이미 법적 근거를 마련한 과세를 세 차례 미룬 상황에서 네 번째 유예까지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시행 직전마다 정책을 거듭 연기하면 과세당국과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과세 방침을 유지한다면 내년이 현실적인 시행 시점으로 꼽힌다. 2027년에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지만 2028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으며, 이후 각 당은 2030년 대통령 선거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투자자에게 새로운 세 부담을 지우는 정책을 선거 직전에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가상자산 투자 이익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 형평성의 원칙을 고려하면 핵심 쟁점은 시행 여부보다 구체적인 과세 방식이다.
우선 연 250만원으로 정해진 기본공제액이 적정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국내 주식과의 형평성 문제가 남은 데다 공제 수준 자체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취득가액과 거래 수수료를 비롯한 필요 경비의 인정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에어드롭·스테이킹·디파이·채굴·코인 간 스왑의 손익 계산법과 블록체인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지출한 가스비의 비용 인정 여부까지 세부 규칙이 요구된다.
해외 거래소와 디파이에서 발생한 소득을 얼마나 정확히 포착할지도 과제다. 국내 거래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내역을 활용해 손익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지만, 자산의 해외 이전 사실만으로 현지 수익 규모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세금이 집중되면 새로운 조세 불공정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제도의 완성이나 시장 회복을 기다리며 시행을 계속 늦출 수도 없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 시행을 준비하면서 공제액, 취득가액, 필요 경비, 해외 소득 확인 기준을 명확히 해 공정한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