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돌봄의 숨은 설계, 여성 부담 3.4배
핵심 요약
맞벌이 가구에서 여성의 기획노동 부담은 남성의 3.4배로 실행노동 격차보다 컸다. 부모·장애 자녀 돌봄의 계획 책임은 여성의 정신건강과 경력에 집중된 부담을 낳고 있다. 가정 내 주간회의와 업무 목록화, 공적 돌봄 매니저가 분담 대안으로 제시됐다.
식단 구성과 장보기 목록 작성, 학교 알림장 확인, 아이 준비물 점검, 부모의 재활병원 검색과 약 재고 관리처럼 가사·돌봄을 미리 계획하고 판단하는 정신적 과정이 ‘기획노동’으로 조명되고 있다. 2024년 맞벌이 가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맡는 실행노동은 2.9배였지만, 기획노동은 3.4배로 격차가 더 컸다. 눈에 보이는 행동보다 이를 차질 없이 굴러가게 만드는 설계 책임이 여성에게 한층 집중된 셈이다.
설거지는 그릇을 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세제와 수세미의 교체 시점을 살피고 건조기를 정리하며 행주를 세탁하는 관리까지 뒤따른다. 가전제품 구매나 자동차 교체처럼 간헐적인 기획보다 식단과 육아 일정을 매일 챙기는 일상적 기획의 피로도도 더 높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인 김희경 작가는 서투름을 내세워 계획과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는 태도를 ‘무기화된 무능력’이라는 개념으로 짚었다.
부모나 장애 자녀를 돌볼 때 기획의 공백은 생존과 경력의 문제로 커진다. 2025년 가족 돌봄 제공자의 우울감 비율은 47.6%로 일반 성인의 4배를 넘었고, 치매 노인의 주 돌봄자 가운데 여성은 82.4%, 딸은 42.4%였다. 2020년 코로나19 시기 발달장애인 부모의 20.5%가 직장을 포기했으며 이들 중 어머니가 78.8%를 차지했다. 치료·교육·재활 정보를 가족이 홀로 찾고 결정하는 구조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의 사유는 육아 44.3%, 결혼 24.2%, 임신·출산 22.1%로 출산·양육·가사 관련 부담이 90%를 넘었다. 해결책으로는 가족이 매주 알림장과 장보기, 집안일 일정을 함께 점검해 기획과 실행 담당자를 정하는 ‘가정 내 주간회의’가 제시됐다. 각 집안일의 시작과 끝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분담하고,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에는 일본의 케어 매니저와 같은 공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